단편Comedy
Earth Account
- A Film By
- 김재범 (Seal Kim)
- Cast
- 이예진
- Production
- 아날로그물개메이커
- Award
- 그린이니셔티브 60초영화제 최우수상
이런 주제는 조금만 방심해도 계몽하는 영상이 됩니다
주제를 받아 들고 가장 먼저 한 일은 이야기를 짜는 것이 아니라 톤을 정하는 것이었습니다. ESG를 60초 안에 독려하라는 조건은 그대로 두면 공익광고가 되기 딱 좋습니다.
기획서 첫 장에 톤&매너를 이렇게 적고 시작했습니다.
밝고 캐쥬얼한 무드를 바탕으로 잔잔하지만 엉뚱한(quirky) 위트와 유머가 있는 숏필름
생활연기를 바탕으로 한 꽁트액션 지향
기획 · 톤 & 매너
톤 레퍼런스로 붙여 둔 것은 공익 캠페인이 아니라 건설사 광고 한 편이었습니다. 무거운 주제를 정색하지 않고 푸는 방식이 필요했기 때문입니다. 가르치는 사람이 아니라 치킨이 먹고 싶은 사람이 주인공이어야 이야기가 굴러갑니다.

주제를 대사로 말하지 않고 이름에 넣었다
주인공 이름이 이수지입니다. 기획서에는 이름 옆에 괄호로 ESG가 적혀 있습니다. 영상 어디에서도 이 사실을 설명하지 않습니다.
말풍선에 프로필을 띄우지 않았다
이야기 전체가 문자 대화로 굴러가는데 상대가 누구인지는 끝까지 보이면 안 됩니다. 기획서에 프로필이 보이지 않는 말풍선 형식을 쓰는 이유가 적혀 있습니다.


전기와 물이 새는 것은 눈에 안 보입니다
그래서 방 안의 가전과 수도마다 영수증이 줄줄 뽑혀 나오게 하고 프린터 출력음을 깔았습니다. 낭비가 소리를 내고 바닥에 쌓입니다.
주인공은 그 한가운데 누워 치킨을 시킬지 말지 고민하고 있습니다. 설명하는 대사가 한 줄도 없습니다.




방안에 있는 전자기기들, 물이 떨어지는 싱크대 수도 등에서 포스기 영수증이 줄줄 나오고 있다. 프린터 출력 효과음이 더 크게 들린다.
기획 · 첫 장면 연출 노트
먼저 치르고 나중에 돌려받습니다
친구의 한마디에 주인공은 방 안에서 새어 나가던 에너지를 줄이기 시작합니다. 그때마다 어떤 계좌에 조금씩 돈이 쌓입니다.
스토리보드의 배열이 곧 계좌였습니다. 실천이 먼저 시련으로 한 번 나오고, 지구의 응답을 지나 같은 것이 해소로 다시 한 번 나옵니다.
좋은 일을 하면 바로 보상이 오는 구성이 아니라 먼저 치르고 나중에 돌려받는 구성입니다. 계좌가 하는 일과 같습니다.
고장난 의자를 고치는 일

삐걱대지만 앉아 보니 십 년은 거뜬합니다

라벨이 붙은 병을 떼어 내려고 밤에 분리수거장으로
아무도 없는 밤은 귀신이 나올 것 같습니다.

깔끔히 분리된 병과 라벨을 보니 뿌듯합니다

뛰어서 출근해 보기
체력이 받쳐 주지 않아 지각 위기입니다.

자전거를 타니 아침 공기를 맡는 출근길이 즐겁습니다


이야기는 종이 위에서 이미 한 바퀴 돌았습니다
촬영 전에 시놉시스를 끝까지 써 두고 거기서 장면을 잘라 냈습니다. 마지막 문장에 이미 반전이 적혀 있습니다.

기획 · 시놉시스
친구의 이름은 지구였고,
돈이 쌓이던 계좌는
지구계좌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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