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AL KIM EN

단편Comedy

I Am Korean Trying To Be Korean

A Film By
김재범 (Seal Kim)
Cast
김수창 (홀릭) · Jooyoung Kim (Joorang)

돌아갈 곳이 없어진 우리는
그저 웃기로 했습니다

홀릭은 필리핀 코론에서, 저는 태국 방콕에서 오래 살았습니다. 관광객이 아니라 이방인으로 산 시간이 만나면 나눌 이야기였고, 그 감각이 우리를 묶고 있었습니다. 코로나 시기에 둘 다 한국에 들어왔다가 두 나라가 셧다운되면서 돌아가지 못하게 됐습니다.

다시 만난 날 웃다가 울었습니다. 오래 비운 사이 낯설어진 자기 나라에 다시 적응하는 처지가 된 것인데, 이걸 심각하게 다루면 하소연이 됩니다. 그래서 우리 쪽에서 먼저 웃기로 했습니다. 주인공은 홀릭이 맡았습니다.

위에서 내려다본 초록 섬과 옥빛 바다
살던 시절의 푸티지
잿빛 갯벌에 쪼그려 앉은 뒷모습과 멀리 보이는 아파트 스카이라인
도착한 곳, 갯벌
바이러스 그림에 둘러싸인 2020 자막 카드
이야기를 자르는 카드
마닐라 록다운을 알리는 뉴스 화면. 팻말을 든 군인들이 검문소 앞에 서 있다
돌아갈 길을 막은 뉴스

한국의 낯섦을 재는 자는
코론입니다

무인 카페의 키오스크, 카드로만 도는 계산대, 끊길 일 없는 수도 앞에서 자막은 서울의 기준을 쓰지 않습니다. 코론은 500원, 코론은 현금박치기, 코론은 단수되요. 익숙해져야 할 쪽이 오히려 잣대가 되는 것, 이 뒤집힌 환산이 영화의 개그이자 주인공의 상태입니다.

마트 진열대 앞에서 전화를 걸며 서 있고 화면에 코론은 500원이라는 자막
마트 물가
무인 카페에서 결제하는 두 사람과 코론은 현금박치기라는 자막
무인 카페 결제
가방 옆에 세워 둔 휴대폰 타이머와 코론은 단수되요라는 자막
방 안의 코론식 단수

서울은 흐르고
한 사람만 서 있습니다

거리 한복판에 주인공을 세워 두고 차와 사람을 배속으로 흘려보내는 숏이 있습니다. 대사 없이 이 한 장면이 적응의 속도 차이를 다 말합니다. 다큐멘터리의 폼을 빌린 콩트라서, 웃기는 장면과 시간이 흐르는 장면이 같은 얼굴로 붙어 있습니다.

카페 앞 도로변에 정지한 채 서 있고 차들이 흐릿하게 흘러간다
멈춘 사람, 흐르는 서울

돌아가려던 사람이 남고,
지켜보던 사람이 떠납니다

홀릭은 한국에 머무는 동안 아이가 생겼습니다. 돌아가겠다던 사람은 그렇게 한국에 남게 되고, 그 곁에서 지켜보던 저는 캐리어를 끌고 출국장으로 들어갑니다. 자리가 뒤바뀐 것이 이 영화의 마지막 농담입니다.

검은 화면에 찍히는 마지막 자막은 그 뒤바뀜을 유행어 한 줄로 닫습니다.

창가에서 아이를 두 팔로 높이 안아 올린다
남게 된 쪽
공항 출국장 자동문 안으로 캐리어를 끌고 들어가는 뒷모습
떠나는 쪽
검은 화면의 마지막 자막. 안녕히계세요 여러분, 전 이 세상의 모든 굴레와 속박을 벗어던지고 제 행복을 찾아 떠난다는 작은 글
스타벅스 앞 도로변에 배낭을 메고 서 있는 정면 본편 보기Watc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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